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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함께 시작된 약사의 새로운 여정


Alex Shin, 약사, Greycoat Research
안정을 꿈꾸며 시작한 약사의 길
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로 일하기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습니다.
처음 약학대학에 들어갔을 때 제 꿈은 단순했습니다.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도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안정적인 직업을 원했습니다. 약사라는 직업은 그런 삶을 가능하게 해 주었습니다.
처음 제 이름을 건 약국을 열었을 때 느꼈던 자부심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하지만 실제 업무에 깊이 들어갈수록 제가 상상했던 모습과는 꽤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약을 건네는 것 이상의 역할
처음 약국을 열었을 때 저는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처방약을 제공하는, 품위 있고 전문적인 역할을 상상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훨씬 달랐습니다.
손님들은 와서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변비약 주세요.”
“소화제 주세요.”
“머리가 아픈데 진통제 주세요.”
광고에서 본 특정 제품명을 말하며 “XX 주세요”라고 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카운터 뒤에 앉아 있으면 어느 순간 약사로서의 역할은 사라지고, 단지 상자를 건네고 계산하는 사람으로 바뀐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약국은 제가 바라던 안정적인 일상을 주었지만, 그 과정에서 약사로서의 정체성이 조금씩 흐려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어르신이 위장약을 사러 오셨습니다.
그날은 왜인지 단순히 약 상자를 건네기보다 먼저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어디가 불편하세요?”라고 여쭈었습니다.
그러자 “요즘 속이 안 좋고 밥도 잘 못 먹어요”라고 답하셨습니다.
이야기를 더 들어보니 정형외과, 내과, 내분비내과 등 여러 곳에서 처방받은 약을 한꺼번에 복용하고 계셨습니다. 성분 중복과 부작용이 오히려 상태를 더 힘들게 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약을 가져오시도록 부탁한 뒤 세 가지로 나눴습니다. 함께 복용해도 되는 약, 시간 간격을 두어야 하는 약, 그리고 아마 필요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약이었습니다.
그날 저는 중요한 사실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약만이 아니라 이해와 통찰이라는 점입니다.
약사의 역할은 원하는 약을 그대로 건네는 것이 아니라 왜 그 약이 필요한지를 묻고, 실제로 무엇이 가장 적절한지 찾도록 돕는 일이었습니다.
동네 약사에서 신뢰받는 안내자로
그날 이후 저는 손님이 특정 약을 원하는 이유를 매번 묻기 시작했습니다. 요청한 약이 적절한 경우도 있었지만, 더 안전하고 더 알맞은 선택지가 있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는 동네 선생님 같은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병원 진료를 마친 뒤 처방전만 내러 오는 것이 아니라 묻고, 이야기하고, 이해하기 위해 약국에 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약국은 사람들이 안심하고 질문할 수 있는 동네의 안내소 같은 곳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오후, 동네 아이 한 명이 약국으로 뛰어 들어와 외쳤습니다.
“빨리 와보세요! 이것 좀 보셔야 해요!”
건물 사이 좁은 공간에서 노란 길고양이가 막 새끼를 낳은 상태였습니다. 저는 이전까지 동물을 돌본 경험이 없었고 솔직히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동네 아이들과 이웃의 도움으로 어미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들을 돌볼 수 있었습니다.
결국 그 새끼 고양이들은 동네의 한 구성원이 되었고, 약국 한쪽 작은 공간에는 기본적인 동물용 의약품과 용품이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동물약학이라는 새로운 길
그 경험은 저를 새로운 길로 이끌었습니다. 저는 동물약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수의사도 물론 약을 공부합니다. 다만 약물학을 다루는 깊이는 약사와는 다릅니다. 수의사가 동물의 의사라면, 약사는 의약품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입니다.
현실적으로 많은 수의사는 동물에게 사람용 의약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고양이와 개를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의약품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품이 있더라도 소량으로 확보하기 어렵거나 적절하게 보관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동물과 의약품을 함께 이해하는 약사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Greycoat Research와 함께 시작한 새로운 장
Greycoat Research에 합류한 뒤 여러 수의사와 고양이 보호자를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각자 보는 관점은 다르지만 우리가 바라는 것은 같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동물에게 더 나은 관리를 제공하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합니다. 모든 시작이 첫 약국 뒤 골목의 그 노란 고양이였을지도 모른다고요.
어쩌면 그 고양이가 저를 다른 형태의 돌봄과 새로운 가족으로 이끌어 준 것인지도 모릅니다.
정확하면서도 유연한 관리를 위해
보조제와 의약품을 사용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성과 유연성을 함께 갖추는 일입니다.
고양이는 모두 다릅니다. 몸 상태와 매일의 변화, 생활 환경, 보호자가 약을 관리하는 방식까지 모든 요소가 어떤 관리가 가장 적절한지에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저는 보호자를 위한 교육과 세심하고 개별화된 상담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진단 이후의 여정을 혼자가 아니라 여러분 한 분 한 분, 그리고 Greycoat Research와 함께 걸을 수 있다는 사실은 제게 큰 의미가 있습니다.
저희를 믿어주시는 모든 보호자 여러분, 그리고 의미 있는 만남이 시작되는 공간을 만들어 준 Greycoat Research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자 소개Alex Shin,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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