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보기
고양이 보호자가 된 경험이 연구자로서의 시각을 바꾼 이유

신호철, 생명과학 박사
연구자로 걸어온 길
저는 KAIST(한국과학기술원)에서 생명과학을 공부했고, 암 백신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박사과정을 마친 뒤에는 제약업계에서 항암제 개발 연구를 이어갔습니다. 제 연구의 상당 부분은 종양 미세환경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 전략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종양은 암세포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주변에는 다양한 세포 유형과 세포외기질 성분, 그리고 복잡한 사이토카인·케모카인 네트워크가 존재합니다. 이 모든 요소를 합쳐 종양 미세환경이라고 부릅니다.
저는 이 환경 안에서 암연관 섬유아세포(CAF)를 표적으로 하는 백신을 개발하고 연구했습니다.
이 연구를 통해 질병은 하나의 요인만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복잡하고 역동적인 생물학적 환경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다는 점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저는 암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깊이 고민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질문이 전혀 다른 방향에서 다시 제게 돌아왔습니다.
덕수를 만난 날

2019년의 일이었습니다.
길모퉁이에서 작고 희미한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그곳에는 어미에게서 떨어진 아주 작은 새끼 고양이가 있었고, 눈에는 분비물이 가득했습니다.
고양이를 데려와 수의사에게 진료를 받게 했고, 다행히 살아남았습니다.
한국에는 옛날식 이름을 가진 반려동물이 오래 산다는 말이 있습니다. 오래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이름을 ‘덕수’라고 지었습니다.
나중에야 덕수가 암컷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이름이 정해진 뒤였습니다. 지금도 덕수는 그 이름으로 씩씩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길에서 왔지만 덕수는 의외로 입맛이 까다롭습니다. 사람 음식 중 유일하게 좋아하는 것은 상추입니다.
겁도 많습니다. 낯선 사람을 만나면 놀라서 먼저 배를 보이곤 합니다.
덕수는 그런 고양이입니다.
다시 질문하기 시작한 순간
함께 평온한 일상에 익숙해질 즈음, 덕수가 갑자기 화장실에서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방광결석이 있었습니다.
수의사가 카테터를 삽입하고 혈뇨가 빠져나오는 모습을 보는 일, 그리고 수술로 제거한 날카로운 결석을 마주하는 일은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고양이 질환에 관한 정보를 더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생명과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연구 논문을 직접 읽고 해석할 수 있었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한 가지 사실이 분명해졌습니다.
고양이 의학의 일부 영역에서는 사람의 의료와 비교해 치료 선택지가 여전히 제한적이며, 이는 앞으로 더 많은 연구와 개발이 필요하다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기존 치료가 이상적인 선택이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많은 경우 선택지가 충분하지 않다는 현실을 반영합니다.
연구자로서 제가 알고 있던 세계와 고양이 보호자로서 마주한 현실 사이에 예상보다 훨씬 큰 간극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무언가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덕수는 제가 학위를 준비하던 여러 해 동안 늘 곁에 있어주었습니다.

언젠가 치료 선택지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덕수가 어려운 상황을 겪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 생각이 든 뒤에는 연구자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사람을 위한 의약품 개발에는 막대한 자원과 인재가 투입됩니다.
하지만 고양이를 포함한 반려동물 치료 연구는 여전히 성장해야 할 영역이 많습니다.
저는 고양이에게도 연구를 바탕으로 한 더 다양한 선택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Greycoat Research에 합류한 이유
그래서 Greycoat Research에 합류했습니다.
종양 미세환경을 연구하면서 눈에 보이는 문제가 언제나 문제의 전부는 아니라는 점을 배웠습니다.
질병에 제대로 접근하려면 주변 환경을 이해하고 그 뒤에 있는 보다 근본적인 과정을 살펴봐야 합니다.
저는 같은 관점을 고양이 건강 연구에도 적용하고 싶었습니다.
아직은 작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질병이 생긴 뒤에 대응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싶습니다.
질병이 발생하는 환경과 그 배경의 생물학적 과정, 그리고 고양이가 평생 필요로 할 수 있는 장기적인 관리까지 함께 고려하는 접근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
개인적으로는 덕수가 아주 오래 건강하게 살아 언젠가 기네스 세계기록에 도전할 수 있을 정도가 되기를 바랍니다.
조금 거창한 목표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그런 미래를 한번 상상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더 많은 고양이가 덕수의 기록에 도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의 고양이도 그중 한 마리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고양이가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연구자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하겠습니다.
저자 소개신호철, 생명과학 박사
|